[전문번역: 도씨에 No. 17] 베네수엘라,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에서의 하이브리드 전쟁

번역: 홍정희, 신미숙 (번역팀, ISC), 황정은 (사무처장, ISC)

제국주의 공세의 중심에 있는 베네수엘라

2019년 4월 29일,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에 대한 군사 봉기가 실패했다. 이 사건이 있기 두 달 전에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명분으로 콜롬비아 쿠쿠타에서 베네수엘라 국경을 침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와 쿠바를 대상으로 한 경제, 금융, 군사 봉쇄를 강화하려 했다. 미국과 영국은 베네수엘라의 해외 자산을 전용했고,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행동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한편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야당은 국내 시위와 외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우고 차베스가 처음으로 선거에서 승리한 1998년 이후 베네수엘라와 볼리바리안 혁명은 제국주의의 주요 전장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2009년 온두라스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후 더욱 강화되었다. 미국의 가혹한 제재와 전쟁 위협으로 베네수엘라의 내부 분쟁은 국제적인 지정학적 대결로 바뀌었다. 이와 같은 미국 주도의 정책은 라틴아메리카의 전쟁과 파괴 위협을 시사한다.

공개적인 전쟁 위협은 베네수엘라 정부와 볼리바리안 혁명을 훼손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그 동맹국들이 사용하는 전술 레퍼토리의 일환이다. 이러한 전술 중에는 2002년 우고 차베스 정부에 대한 쿠데타 시도의 실패 이후 시작된 오랜 경제 압박의 역사가 있다. (스테질리, 2019) 이것은 사회 및 정치적 삶의 스펙트럼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정부/비정부 주체를 이용하는 비재래식/재래식 수단이 조합된 하이브리드 전쟁(재래식 전투 외에 선전전, 정보전, 대리전, 사이버 공격 등이 뒤섞인 전쟁 방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세세냐, 2012; 보론, 2012; 코립코, 2015).

코립코(2015)는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는 용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외부적으로 촉발된 정체성 갈등으로, 색깔 혁명(중부 및 동부 유럽, 중앙아시아 혁명에서 특별한 색깔이나 꽃이 시민 봉기의 상징으로 등장)에서 비재래식 전쟁으로 단계적인 전환을 통해 지리적 전략이 변화하는 국가 내의 역사, 민족, 종교, 사회경제, 지리적 차이를 이용한다. 정권 교란이나 정권 교체, 또는 정권 재부팅을 통해 다극화된 초국가적 연결 기반구조 프로젝트를 방해, 통제하거나 이러한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목적이 있다.

개입 방식은 코립코가 말하는 전방위 지배(Full Spectrum Dominance)라는 맥락 속에서 개발된다. 즉, 다양한 형태의 사회생활, 특히 사람의 정신과 마음에 걸쳐 군사적, 문화적 힘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지고 작전을 펴는 것이다. (세세냐, 2013; 보론, 2019)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의 17호 도씨에에서는 베네수엘라를 대상으로 한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해 고찰한다. 우리는 전술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동기도 밝히고자 한다. 또한 베네수엘라에 대한 최근의 공세뿐만 아니라 지난 수십 년 동안 라틴아메리카에서 자행된 다른 공격들과의 유사성도 살펴보고자 한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총체적인 맹공은 개별 국가와 싸우는 전쟁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이 지역의 현재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 공세를 형성하는 지배의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콜롬비아 카우카주 아르헬리아, 엘 망고 빌리지 (사진: 마르차 파트리오티카(애국행진))

콜롬비아 카우카주 아르헬리아, 엘 망고 빌리지 (사진: 마르차 파트리오티카(애국행진))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신자유주의 공세와 자원전쟁의 본질

2007-2008년의 전반적인 경제 위기는 미국의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쇠퇴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소위 신흥국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은 점차 자본 축적의 축을 변화시켰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기존의 유라시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로 그 영역이 확장된 ‘뉴 실크로드’(메리노, 트리비, 2019)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미국은 다방면으로 경제 쇠퇴에 대응해 왔는데, 한 가지 두드러진 접근방식이 바로 약탈적 축적과 금융자본의 경제 장악력 심화라는 새로운 신자유주의 공세였다. 이 새로운 신자유주의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자원, 즉 공동 또는 공적 소유의 재화와 미개발 천연자원 모두의 통제를 둘러싼 전쟁이 있다. 오늘날 영토와 자원 통제에 대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고, 그 결과 재래식 전쟁에서 비재래식 전쟁에 이르기까지 많은 적대적인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에너지원,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가 여전히 핵심이다. 아나 에스테르 세세냐의 지도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한 지역이 어떻게 갈등과 전쟁을 겪기 쉬운지를 보여준다. 전 미 해군 전쟁 대학 교수 토마스 바넷은 자원국 벨트가 ‘미 국방부의 주요 관심 지역’이라고 말한다. 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은 전쟁 지역이 된다. 이 지역에서는 러시아와 중국 같은 '신흥 강대국'들이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이 추진하는 신 실크로드 정책. 육해상로로 연결된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전략) 정책은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이란을 관통하고 북한을 아우른다.

미국은 라틴아메리카를 ‘자연 세력권’이자 심지어 '뒷마당'으로 간주한다. 이곳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미국과 미국에 기반을 둔 기업에게 중요한 광물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2010년,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는 이들 기업에 자국에서 생산한 스트론튬의 93%, 리튬 66%, 은 59%, 레늄 56%, 주석 54%, 알루미늄 44%를 공급했다(브럭맨, 2011). 석유를 비롯한 물과 광물의 추출 통제, 토지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통제 등 에너지 생산에 대한 통제는 미국과 외국 자본에 특별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천연자원을 장악하기 위해 미국은 재래식 전쟁 외에도 하이브리드 전쟁 또는 확산 전쟁이라 불리는 새로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헤게모니에 적대적인 정부는 미국의 표적이 된다. 미국은 재래식 전쟁보다는 하이브리드 전쟁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정부의 정치, 경제, 군사적 약점과 한계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목표는 시장, 운송로 및 에너지 시스템뿐만 아니라 천연자원, 심지어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삶과 상상력까지 통제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천연자원이 많이 집중되어 있는 아마존 지역을 장악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생물다양성 때문에 특별한 지역이다. 아마존 지역에 사는 많은 공동체가 수년에 걸쳐 열대 우림지역에 서식하는 식물과 동물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갖게 되었는데, 이러한 지식을 많은 기업, 특히 제약회사들이 탐내고 있다. 남미 9개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아마존은 남미 지역주의의 지렛대가 되고 있다. 또한 아마존이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미국 헤게모니를 주장하는 프로젝트에 핵심적이라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며, 현재 아마존의 남미 민중과 자원은 심각한 공격에 직면해 있다(참조: 14호 도씨에, 브라질 아마존: 대지의 부는 인류의 빈곤을 낳는다, 2019).

베네수엘라 일부 지역은 아마존에 속한다. 탄화수소와 기타 광물의 방대한 매장량 때문에 이곳은 제국주의 공세의 핵심이다. 베네수엘라는 품질은 다르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에너지원이 개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석유는 여전히 자본주의 기업과 산업화된 군대에 동력을 제공하는 필수적인 '검은 황금'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석유 부족은 현존하는 석유 매장량 장악에 대한 분쟁을 악화시킬 뿐이다. 미국과의 지리적 근접성과 교통비 절감 가능성 때문에 베네수엘라는 한때 (멕시코에 대해 설명하며) 유행했던 말처럼, 신과는 거리가 멀지만 미국과 매우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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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 그룹(베네수엘라 사태 해결책 마련을 위해 발족된 미주 지역 외교장관 협의체)을 주도하는 캐나다와 미국이 관심을 갖는 자원이 석유만은 아니다. 미국과 캐나다 기업들도 베네수엘라의 금, 니켈, 철, 다이아몬드 매장량에 매우 관심이 많다. 베네수엘라의 부와 영토, 특히 아마존을 장악하는 것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석유 산업과 다른 여러 자산의 발전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기 시작하여 석유 산업의 부가 기업의 이윤보다는 국가 발전을 위해 사용되자,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직접적인 갈등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2002년, 미국의 지원을 받은 쿠데타 세력이 갓 선출된 차베스를 대통령궁에서 축출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48시간 이내에 일어난 대규모 대중 봉기로 미국 지원을 받은 우파는 차베스가 복귀하도록 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기점으로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우호 관계가 단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차베스 자신의 통치도 변했다. 이후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엘리트가 가졌던 석유 산업 통제권을 박탈하기 위해 더 대담하게 나아갔다.

2002년에 실패한 쿠데타는 탄화수소와 토지에 관한 차베스 정부의 새로운 법률에 대한 미국과 베네수엘라 엘리트 계급의 반발에서 비롯되었다. 쿠데타의 여파로 석유 및 가스 국영회사인 PDVSA의 경영진이 변화하면서, 탄화수소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심화되었다. 미국의 목표는 엑손과 셰브론을 위시한 미국 회사가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 통제권을 다시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볼리바리안 혁명은 다양한 사회 프로그램을 통한 소득 재분배를 위해 PDVSA의 수익을 활용하고자 했다.

미국이 가한 제재 조치의 하나는 베네수엘라가 미국과 세계은행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베네수엘라 석유회사는 미국 은행 시스템을 우회하고 석유 판매로를 개척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통화인 볼리바레스뿐만 아니라 페트로와 같은 다양한 암호화폐로 석유를 거래하려고 시도했다. 이를 통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금수조치를 피하고 석유 거래에서 달러를 사용하지 않기를 희망했다. 베네수엘라만 이러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 아니다. 러시아, 이란, 중국과 같은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조차도 유로화를 활용해 러시아에 가스를 판매하고 이란산 석유를 거래하는 대체 메커니즘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과거 미국 석유 시장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석유 구매자를 다양화하는 데 진전을 이루었다. 미국의 금수조치가 강화된 이후 베네수엘라는 주요 채권국이자 최대 석유 구매국인 중국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2018년 베네수엘라는 중국으로부터 50억 달러의 차관을 들여왔다. 또한 PDVSA의 자산인 석유회사 CITGO의 지분 중 한 블록을 러시아 에너지 기업인 로스네프트에게 차관의 대가로 양도했다. 이 거래가 시사하는 바가 중요하다. 이것은 베네수엘라가 경제적, 정치적 포위와 베네수엘라의 해외 자산의 전용을 포함하는 미국의 엄격한 금수조치에 맞서 창의적이어야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베네수엘라가 점점 더 다극화된 세계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강대국을 이용해야 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의미에서 대체 무역 상대국이자 경제 강국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등장한 것은 의미가 크다.

베네수엘라 선거운동,. 2018년 2월 (사진: 호사나 실바)

베네수엘라 선거운동,. 2018년 2월 (사진: 호사나 실바)

베네수엘라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경제 전쟁

제국주의 세력이 제국주의에 종속시키지 못해서 한 국가의 정부를 승인하지 않는다면, 그 정부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형태로 심각한 억압과 개입에 직면할 것이다. 경제 전쟁은 하이브리드 전쟁의 핵심이다. 코립코가 비재래식 전쟁에 대한 미 육군 특수부대의 훈련 문서를 읽고 말한 것처럼, 그 나라의 경제를 약화시키고, 국민들을 뒤흔든 다음, 사회를 '게릴라 전쟁'으로 몰아넣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코립코, 2015)

제국주의는 비동맹 국가의 국민을 경제적으로 질식시키기 위해 내정에 간섭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민의 숨을 헐떡이게 만든 제국주의자들은 오히려 정부가 사실상 국민을 질식시킨다고 비난한다. 그렇게 여러 나라의 목을 조른 역사의 중심에는 쿠바가 있다. 쿠바에 대한 봉쇄는 1960년 10월에 시작되어 1996년 클린턴 행정부에서 헬름스 - 버튼 법(미국 기업이 아닌 기업이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쿠바와 거래하는 것을 처벌)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시절 정부는 칠레 경제가 '비명'을 지르게 만들어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를 파괴하고 1973년 쿠데타를 일으켰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미국 주도의 금융 및 개발 조직인 IMF와 세계은행이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초인플레이션과 물자 부족을 초래한 정책을 추진했다. 이들이 제시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은 위기를 고조시키기만 했다. 즉, 문제의 원인을 해결책으로 도입한 것이다. 1960년부터 쿠바, 1971년부터 칠레를 상대로 사용했던 이 같은 정책을 우고 차베스와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에도 적용했다. 계획적인 물자 부족을 야기한 무역 장벽 구축뿐만 아니라 인색한 외국인 투자, 자본 도피 및 통화 투기의 촉진이 바로 그러한 정책의 일환이다. (CELAG, 2019)

베네수엘라를 질식시키려는 시도는 2012년에 더욱 강화되었고, 2017년에는 더욱 호전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로 심화되었다. 커트 티드 전 미국 남부사령관은 자신의 글 베네수엘라 독재정권 전복 계획: ‘대성공’(2018년 2월 23일)에서 경제 전쟁의 목표를 설명했다.

국가의 자본 부족, 외화 유출, 통화 기반 악화를 심화시켜 새로운 인플레이션 조치를 적용토록 해 불안정성을 임계 수준까지 높인다..... (중략) 수입을 전면적으로 방해하고, 동시에 잠재적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의욕을 떨어트려 국민이 그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미국 남부사령관 커트 티드, 기밀/2018년 2월 23일)

제국주의 경제 전쟁의 여러 가지 도구는 세 가지 차원으로 요약될 수 있다. (쿠르치오, 2018)

(1) 생산-분배 차원

남반구 여타 국가와 마찬가지로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국가 역시 외부 수익을 위해 1차 상품 수출에 의존한다.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석유이다. 차베스 정부 이전까지의 베네수엘라는 국내 시장을 만족시키기 위한 식량과 소비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했다. 지난 20년 동안 베네수엘라 정부는 전국적으로 식량 생산을 늘리고자 했다. 그러나 대중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진척이 더디었다. 소비재와 식량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민간 부문을 통해 수입되고 있다. (비엘마, 2018)

1차 상품의 수출과 식량 및 소비재 수입에 대한 의존은 경제 전쟁의 구체적인 전술, 즉 초인플레이션의 발판이 된다. 식품을 관장하는 상층 부르주아지는 상품 부족 유발과 통화 투기라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가격 인상을 유도한다. 이 두 가지 메커니즘은 초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데 핵심적이다. 2017년 이후 평균 물가는 매일 2% 이상 상승해 2018년과 2019년 초에 급등했다. 파스쿠알리나 쿠르치오(2018) 연구원은 암시장 달러 환율로 거래했던 식품 거래업자들에 대한 의존도(미션 베르다드 2016)와 정부가 정한 고정 가격으로 구입한 식품의 사재기가 식량 부족 사태와 암시장 거래가에 대한 의존을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식품 가격이 90% 상승했다. 이 두 가지 메커니즘, 즉 물자 부족과 통화 투기는 경제를 잠식하여 밀수와 불법적인 영역을 가동해 불안정과 인플레이션을 더욱 촉진시킨다.

이것이 초인플레이션에 대한 그 어떠한 교과서적인 설명도 베네수엘라에 적용되지 못하는 이유다. 단순히 경제 운용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불만과 혼란, 절박함을 일으키도록 조작되었다. 라틴아메리카는 초인플레이션과 불황을 일으키기 위한 통화 공급량과 상품의 조작을 수십 년 동안 경험했다. 이것은 확실히 인민의 정부와 노동자 계급을 훈육하는 악랄한 방법이다.

(2) 상업 차원

1차 상품 수출과 식량 소비재 수입에 대한 의존도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로 하여금 상업적 대출 기관으로부터 외화를 빌리게 만든다. 이로 인해 역내 국가들은 구조적으로 취약해진다. 식량을 포함해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한 달러의 자유로운 흐름이 없다면, 라틴아메리카 사회는 무기력해지고 경제 성장의 잠재력은 시들해진다. 따라서 외화 차입을 차단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한 나라에 대한 사형선고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미국이 베네수엘라와의 상업적 관계를 처벌하는 6개 이상의 명령을 발표한 것은 당연하다. 베네수엘라와 거래하는 모든 상업 및 금융 기업에 벌금과 제재가 부과된다. 베네수엘라로 가는 상업용 화물선이 몰수되는 것은 일상이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 내에서는 식료품, 의약품, 기타 기본 생필품이 매우 부족한 것이다.

아이티, 2018 (사진: 라우따로 리바라)

아이티, 2018 (사진: 라우따로 리바라)

경제학자 마크 와이스브롯과 제프리 삭스(2019)는 이러한 제재와 금수조치가 인위적인 '인도주의적 위기'를 만들어 2017년과 2018년 사이에만 4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3) 금융 차원

2015년에 시작하여 2017년 이후 제재를 강화하면서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금융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채권 및 금융 상품의 발행과 같은 주권 국가의 정상적인 업무조차도 월스트리트와 런던에 기반을 둔 금융 시장에 의존하기 때문에 업무 수행이 종종 차단되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국채 발행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PDVSA가 다른 금융 시장에서 달러로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자체 금융 상품을 발행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산에 대해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미국에서 영업하는 PDVSA의 자회사 CITGO의 자금을 동결했다. 미국은 영국은행에 예치된 금 보유고(5억 5,000만 달러 상당)의 동결을 부추겼다. 또한 국제 금융 기관들이 베네수엘라와 그 어떠한 거래도 수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에 더해 베네수엘라 민중의 공공 자산을 몰수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추진했다. 트럼프는 현재까지 베네수엘라의 자금 조달 능력을 옥죄는 4개의 행정명령을 승인했다.

  • 행정명령 제13827호(2018년 3월): 베네수엘라의 환율 문제 해결을 위한 암호 화폐 페트로 대상(테루기, 2018)

  • 행정명령 제13835호(2018년 5월): 여타 금융거래 및  수취계정 대상

  • 행정명령 제13850호(2018년 11월): 금의 상품화 금지

  • 행정명령 제13857호(2019년 1월): 미국 내  CITGO-PDVSA의 계좌 봉쇄 및 동결

생산, 상업, 금융 등 세 가지 차원의 제국주의 정책은 초인플레이션과 물자 부족을 낳았고, 정부가 위기 해결을 위해 사용할 수 있었던 기본적인 수단을 앗아갔으며 베네수엘라 민중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이것은 정상적인 경제 위기가 아니다. 제국주의 세력이 전개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전쟁 전략의 일부일 뿐이다. 지난해 윌리엄 브라운필드 전 미국대사는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경제적 차원의 제재를 활용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면서 “아마도 가장 좋은 해결책은 붕괴를 가속화하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이미 충분한 양의 식료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이로 인한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지금의 이 엄혹한 제재를 정당화시켜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18년 멕시코시티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가 부과한 금융 제재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국가 부채와 석유 공기업 PDVSA의 부채로 채무불이행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베네수엘라 경제의 완전한 붕괴를 목격하고 있다. 우리 정책이 효과가 있고, 전략이 효과가 있으니 우리는 그것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쿠바에 대해서도 이와 동일한 노선의 새로운 조치를 취해 외국 기업이 쿠바에서 영업하는 것을 상대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제재로 혁명 이후 수년에 걸친 개혁의 일환으로 쿠바계 미국인의 기업을 몰수한 쿠바 경제에 일부라도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기업을 기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대한 이러한 조치는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단속의 한 형태이다. 이것은 감히 미 제국주의의 이해에 반하는 급진적인 변화의 과정을 수행하려는 국가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분명한 경고이다.

폭력과 군사화 된 사회적 삶 – 신자유주의 전쟁과 콜롬비아의 경험

폭력과 혼란이 베네수엘라를 뒤덮었다. 소규모 시위로 시작해 도로 봉쇄로 확대된다(구아림바: 베네수엘라 야당 세력에 의한 폭력 시위. 거리 점거 후 폭력을 행사하는 형태로 전개). 그리고 혐오 범죄와 약탈 선동으로 변화한다. 표적형 암살도 잇따른다. 장기화된 전력망에 대한 공격은 국가를 마비시키고 정부에 심각한 타격을 가한다. 이러한 행위는 모두 정부와 준정부 기관의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기관이 보이는 반응을 이용해 민주 정부를 독재 정부로 보이게 하고, 통치의 정당성을 폄훼한다.

우리가 베네수엘라에서 보는 일들은 이제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도 흔히 일어나고 있다. 제국주의는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체제를 불안정하게 하고 쿠데타나 다른 수단을 이용해 개입할 조건을 만드는 시도를 한다. 이러한 시도는 직접적인 공격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사회구조는 이와는 다른, 더욱 은밀한 방식을 제공해 사회 양극화와 위기를 만들어낸다. IMF의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혼란을 일으키는 기술과 충격 전술은 사회를 분열시킨다. 높은 불평등 비율과 암시장의 출현은 마피아의 성장을 촉진하고, 폭력이 경제적 힘이라고 가르치며, 사람들 사이에 혼란과 불안감을 조성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이 ‘신자유주의 전쟁,’ 사회적 관계의 군사화, 그리고 점점 더 파탄 나는 사회를 관리할 목적으로 출현한 징벌적 안보 국가이다. ‘안보’라는 개념에 근거해 새로운 합의가 탄생하는 것이다. (곤살레스 까사노바, 2013, 세오안, 2016)

콜롬비아 사례는 이러한 새로운 합의를 잘 보여준다. 알바로 우리베 정권 시기(2002-2010), 정부는 비상 상황–예외적 상황–을 정상 상태로 확립했다. 콜롬비아 혁명군(FARC)에 대항해 진격하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군이 수천 명의 민간인을 암살하고 이들의 신분을 게릴라로 조작한 ‘거짓된 긍정’이라는 스캔들도 우리베 정부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콜롬비아가 겪은 상황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부 학자들은 20세기 전반기까지도 거슬러 올라가기는 하지만, 기원은 1964년에 시작된 전쟁에서 찾을 수 있다. (몬까요, 2015) 라 비올렌씨아 (폭력)이라고 알려진 이러한 폭력적인 과정 속에서 새로운 사회적 계급이 등장했다. 이 계급은 상인에서 지주, 암시장의 주요 경제적 주체 등 다양한 사회적 주체로 구성되었다. 주체의 구성은 다양하지만, 이 새로운 사회 계급은 미국과 긴밀한 연관성을 가진 단일한 정치적 비전에 따라 기능한다. 이들의 단일한 정치적 비전은 간단하다.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시행하고, 자신들이 권력을 유지하고 철권통치를 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를 조정하는 것이다. (곤살레스 까사노바, 2013)

이러한 엘리트 계급의 계획은 농촌과 도시 모두에서 일상의 군사화로 표출된다. 중남미 안보 및 국방 네트워크(REDSAL)에 따르면, 2016년 라틴아메리카 전 대륙에 걸쳐 군에 편성된 인원은 경찰과 사설 보안 용병을 제외하고도 173만 2,837명이었다. 브라질의 군 규모가 가장 크고(33만 6,614명), 베네수엘라(36만 5,315명), 멕시코(26만 7,656명), 콜롬비아(26만 5,060명)가 그 뒤를 잇는다. 콜롬비아의 경우 해군과 공군에 비해 육군 비율이 가장 높다(22만 527명). 콜롬비아(전체 인구수 4,800만)의 군인 비율은 인구 220명 당 1명 꼴로, 543명 당 1명 꼴로 의사가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프라다, 살리나, 2016, p. 18) 군사화의 정도는 농민, 원주민 공동체와 아프리카계 콜롬비아인 인구가 집중된 변두리 지역으로 갈수록 더욱 심하다. 여기서는 지주와 지주 소유의 준군사조직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전쟁을 벌인다. 엘리트 계급의 주요 구성원인 지주는 단일 작물 재배 농장(코카 포함), 광물 채굴, 확장식 목축업(extensive livestock production. 목초지에서 소를 키우면서 풀이 씨가 말라 결국 목초지의 면적이 확장되는 형태)에 대한 통제권을 확장하기 위해 싸운다. (파하르도, 2005) 이러한 전쟁의 결과, 자본의 원시적 축적이 일어나는 최전선에서 군사화가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 베네수엘라 북쪽 국경지대에 위치한 카타툼보(인구 28만 8,452명) 지역의 경우, 경찰을 빼고도 9,200명이 군 소속이다. 즉, 33명에 1명 꼴로 군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콜롬비아 남서부 태평양 연안의 카우카, 초코, 나리뇨는 물론,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아라우카와 과히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높은 수준의 군사화가 그 지역 공동체에 평화나 안보를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인데파즈 재단의 연구(2019)에 따르면, 가장 폭력적인 지방자치단체는 카타쿰보, 카우카, 아라우카로, 이 세 곳은 군인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농민, 원주민 공동체와 아프리카계 콜롬비아인들의 대중 지도자의 생명을 가장 크게 위협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지역에서 대중 지도자들이 가장 많이 암살된다. 2016년 10월 FARC와 콜롬비아 정부가 평화협정을 맺은 이후 2016년 11월부터 2019년 4월 사이에 살해된 대중운동 지도자만 해도 569명이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265명의 암살이 전체 1,101개 지방자치단체 중 단 119 곳에서 일어났다. 이러한 살인이 가장 많이 일어난 곳이 바로 인구 대비 군대의 비율이 높은 곳이었다. (인데파즈 재단, 2019)

콜롬비아 북중부 산탄데르 필로 그링고, 카타툼보 지역 (사진: 마르차 파트리오티카(애국행진))

콜롬비아 북중부 산탄데르 필로 그링고, 카타툼보 지역 (사진: 마르차 파트리오티카(애국행진))

콜롬비아 정부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FARC의 무장해제를 요구하지 않았다. 콜롬비아 엘리트 계급과 정부가 전쟁을 치른 것은 방대한 토지를 포함해 자신들의 손에 집중된 재산을 유지하고, 좌파(특히 FARC)로부터의 심각한 정치적 도전을 없애버리기 위함이었다. 평화 프로젝트에서는 경제 불평등이나 정치권력 문제에 대한 그 어떠한 타협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포괄적인 평화 프로젝트를 지지하기는커녕, 도널드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 정부는 콜롬비아에 개입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활용한 마약과의 전쟁을 둘러싼 수사를 늘려갔다. 1990년대 이래로 미국은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주장을 이용해 콜롬비아 군에 ‘자문을 제공’하고 마약과의 전쟁 및 다국적 범죄 소탕 작전을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2,000 명의 해병대를 주둔시켰다. 물론 이것은 미국의 의제였지 끊이지 않는 전쟁으로 신음하는 콜롬비아 민중의 의제가 아니었다. (베가 칸토스, 2015)

1960년대 이후로 콜롬비아의 보수 국민전선 정부(1962)와 경찰은 엘리트 계급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다. (바르가스, 2006) 군과 경찰은 도시와 읍, 면 등에서 함께 반대 세력을 진압했다. 최근 몇 년 간은 정부가 새로운 영역인 사이버 안보와 심리전으로 진출했다. 생체 데이터를 조작해 사회를 통제하려는 시도(콜롬비아 경찰, 2018)도 일상화되었다. 지난 몇 년 새에 새로운 심리전을 통해 사회를 군사화하는 방법도 나타났다. (에스코바르, 2009) 정부 지지자만 지원하는 것으로 대중 투쟁에 맞서고 안보 담론으로 대중 투쟁을 대체하려는 알바로 우리베 정부의 폭동 진압 대형에 맞서, 여러 시민 네트워크가 동원되었다.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이들 지배계급은 사회를 군사화하고 신자유주의적 형태의 사회 통제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사회 지도자들의 암살은 제한된, 또는 한정된 민주주의의 존재와 사회적 반대 세력을 완전히 진압하지 못한 정부의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 그러나 콜롬비아 내에서 벌어지는 하이브리드 전쟁은 사회적, 정치적 투쟁을 진압하지 못했고, 이러한 투쟁은 계속해서 민중이 기득권에 대항해 변화를 추구하는 주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 군사화가 콜롬비아를 어둠 속에 가두고 있지만, 기나긴 밤 속에서도 사회 운동은 콜롬비아의 새로운 여명을 밝히기 위한 투쟁과 용기로 빛을 밝혀가고 있다.

인도주의적 지원과 새로운 형태의 신식민지 정부 – 아이티의 경험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국주의 전략 중 하나는 인도주의적 위기, 특히 식량, 의료품, 에너지 위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이러한 위기가 볼리바리안 정책의 산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주장을 함으로써 위기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가장한 외세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된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국주의 공격과 리비아에서의 정권 교체 작전이 비교되는 경우는 많지만, ‘인도주의적 지원’과 ‘다자적 개입’이라는 개념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더욱 잘 보여주는 ‘아이티 모델’에 대해서는 언급이 많이 되지 않는다.

아이티에 대한 국제 원조는 약 10,000여 개에 달하는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전달된다. 이들은 대부분 유럽의회와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NGO의 예산은 아이티의 GDP와 맞먹으며, 사회적 정책을 펼치는 아이티 정부 기관보다 더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티에서 NGO 부문이 성장한 결과 공공 서비스의 공급이 조각조각 분열되었고, NGO가 기금이 전달되는 통로로 기능하면서 정부 기관이 위축되었다. 보통 국민정부가 수행하던 기능들이 지금은 민간, 다국적 주체의 손으로 넘어갔다. 아이티 민중이 겪는 구조적 문제는 전체적으로는 보이지 않고, 아주 작은 일련의 문제로 쪼개져서 나타난다. NGO 인도주의 부문의 기능은 이 문제 또는 저 문제의 현상 유지를 지지하는 구조적 문제에서 오는 아이티 민중의 분노의 방향을 돌리고 경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국민정부나 외세가 아니라 여러 NGO가 유발한 것이다.

아이티, 2018 (사진: 라우따로 리바라)

아이티, 2018 (사진: 라우따로 리바라)

포르텔라(2015)는 NGO가 ‘아이티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능력이 없는 이기적이고 상업적인 문화를 심어주었다’고 지적한다. 그로 인해 생겨난 자원 획득을 위한 사람들 사이의 격렬한 경쟁 문화가 사회 연대의 경험에 타격을 가한다. 수많은 NGO를 포함해 자신을 ‘시민 사회’의 주요 인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2004년 아이티의 쿠데타를 정당화한 주요 인물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인도주의적 지원이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렇게 제공된 지원을 선택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제국주의 개입 방식을 은폐한다는 데 있다. 제국주의 논리에서의 ‘인도주의적 지원’은 우선 대상국의 민중이 스스로를 구제할 능력이 없다고 선전하며 대상국을 비인간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이렇게 존재의 가장 기초적인 측면을 관리할 능력이 없는 것은 역사, 문화, 정치적, 심지어는 인종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제시한다. 이렇게 이데올로기를 동원하면서 그 구조에서 제국주의 시스템을 지워버린다.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그 제국주의 시스템인데도 말이다(또는, 제국주의 시스템이 그렇게 만들기 때문에 모습을 감추는 것이다).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개념은 문제의 근원을 무시하고 고통을 생산하는 데에서 대상국이 한 역할을 과장하는, 자기 충족적 예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인도주의적 지원’은 해체하기는 어려운, 그러나 해체가 필요한 정당성이라는 후광을 업고 제공된다. 제국주의가 남반구에 침투하는 가장 정교하고 효과적인 형태가 이러한 ‘지원’ 사업인 것이다.

신식민지 정치의 ‘온건한’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후견 또는 신탁 통치 개념이 필수적이다. 제국주의의 이러한 ‘온건한’ 전술은 정치적, 군사적 충돌을 통해 식민지배세력을 몰아낸 반(反) 식민지 운동을 따라한 것이다. 식민지에서 쫓겨난 식민지배세력은 인도주의와 안보 등과 관련된 갖가지 이유를 들먹이며 후견, 신탁 통치 개념을 이용해 귀환했다. 인도주의 지원, 마약에 대한 전쟁, 미상환 외채 관리를 위한 기술적 지원, 그리고 외국인 직/간접 투자에 따른 특권 등이 식민지배세력의 귀환에 활용되었다. 이러한 주장에 더해 대상국이 ‘약한 국가,’ ‘취약 국가,’ 또는 ‘실패한 국가’라는 더 큰 이유를 붙인다. (콜텐, 2013) 이러한 개념이 소말리아, 아이티, 시리아에 적용되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실패한 국가’는 없다. 대신 주권이 침해당하고, 미국식 시장경제체제의 대외 확산 전략인 워싱턴 컨센서스의 개입으로 자국의 의제가 뒤로 밀린 국가만이 있을 뿐이다. 무능이 아니라 제국주의가 이들 국가를 괴롭히는 것이다.

‘실패한 국가’가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은 ‘국제 사회’가 개입해 ‘국제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바로 이 시나리오가 베네수엘라에 적용되었다. 2014년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상황이 미국의 안보에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을 준다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실패한 국가’와 ‘국제 사회’라는 개념을 동원해 개입에 대한 협박을 한 것이다. 이 명령은 베네수엘라의 국내 상황에 변화가 없음에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공격의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아이티 위기 역시 국내 문제에서 국제 문제로 전환된 것이다. 2004년 UN 안전보장 이사회(UN 안보리)는 UN 헌장 7장(결의안 1542호)을 아이티에 적용했고, 그에 따라 아이티를 국제 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했다. 국가의 미래를 중재하는 역할이 아이티 민주주의가 아니라 UN 안보리에 주어진 것이다. 이 상황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UN은 위임받은 권한을 가지고 여러 번 아이티에 미션을 파견했다. 이러한 미션 중 하나인 UN 아이티 안정화 미션(MINUSTAH)의 경우, 구성원 대부분이 브라질 육군을 주축으로 하는 라틴아메리카 군대였다. UN 아이티 정의 지원 미션의 경우, 2017년부터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루이-쥐스테, 20019)

아이티 안정화 미션은 우리에게 ‘대리’ 또는 ‘하위’ 전쟁의 실제 사례를 보여준다. (코립코, 2015) 이것은 아웃 소싱된 전쟁으로, 라틴아메리카 군인이 대규모 도시 인구를 통제한다. 미션은 라틴아메리카 군대에게 새로운 국가 안보 독트린을 위한 준비를 하게 한다. 즉,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분열로 발생하는 도심지 소요를 해결하도록 한다. 라틴아메리카 군대의 주둔으로 아이티가 ‘라틴아메리카 화(化)’ 된 것은 미국과 동맹국이 더욱 경제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 헤게모니를 휘두르고, 양의 탈을 쓰고 지배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에서 콜롬비아와 브라질 군의 개입 역시 이러한 ‘대리’ 또는 ‘하위’ 전쟁 논리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UN 깃발을 든 군대가 주둔하면서 아이티의 주권은 축소되었고, 자국의 영토를 스스로 통제할 능력도 상실했다. 아이티에서 국가의 강압적인 기능은 이제 멀리서 다국적 군대를 통해 아이티를 통치하는 다국적 주체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지상에서는 사회 분열이 심화되면서 범죄 갱단, 마약 카르텔, NGO와 신오순절 교회, 지역 엘리트 계급과 준군사 세력, 국제 미션과 지원 기관이 아이티를 여러 갈래로 나뉘어 서로 싸우는 곳으로 만들어버렸다. 아이티의 주권은 구멍이 숭숭 뚫려버렸고, 자원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도 최소한으로만 갖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국가의 분열은 주권이 붕괴하고 금융 자본이 어떠한 위협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때 이득을 보는 제국주의 세력에 이점을 제공했다. 국가의 분열이야말로 신식민주의 정부의 특징이다.

인터넷을 통한정당화 - 기업 언론의 역할

미국의 베트남전 패배(1975년)와 베를린 장벽 붕괴(1989년)의 잿더미 속에서 미국의 '전방위 지배'라는 원칙이 생겨났다. 미국 정부는 유격대의 뛰어난 군사기술 때문에 베트남이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베트남은 문화적, 도덕적 우월성이 있었기 때문에 자국민, 그리고 베트남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저항이 강해졌던 것이다.

따라서 '전방위 지배'에서는 사람들의 감정과 반응과 같은 주관성을 만드는 것과 일상생활을 조직하는 것의 중요성에 착목했다. 주관성과 일상생활이라는 요소를 전쟁의 목표물로 삼은 것이다. 헤게모니를 행사한다는 것은 헤게모니를 휘두르는 자의 세계관을 통해서 세계를 바라보게 만들고자 한 세계관을 유일한 세계관으로 만드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세계관은 이데올로기 체계뿐만 아니라 욕망과 아름다움, 가치와 미학을 이해하는 방법과 같은 다양한 인간 감정, 그리고 시장과 생산의 조직과 같은 인간 생존의 모든 차원을 포함한다. 먹는 방식, 치료 방식, 생각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 등 모든 것이 현실에 대한 개인의 관념에 의해 형성된다. 자신의 주관성과 일상생활이 헤게모니 권력에 의해 조직된다면, 종속관계는 거의 성립된 것이다. 즉, 전방위 지배가 성공한 것이다. 무기를 쓰기도 전에 전쟁에서 이긴 것이다.

결혼식, 아이티, 2019 (사진: 라우따로 리바라)

결혼식, 아이티, 2019 (사진: 라우따로 리바라)

'전방위 지배'의 핵심은 미디어뿐만 아니라 '공동체'가 형성되는 방식에 이르는 문화 산업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우리 세계에서, 노동의 조직은 구조적인 실업, 불완전 고용, 불안정성으로 변질되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방식도 달라졌다. 사회적 주관성은 가족, 종파, 하위문화 등 보통 본질적으로 단편적인 새로운 기구에 의해 형성된다. 이들 기구와 가족으로의 도피를 강조하는 것은 더 폭넓은 플랫폼, 특히 정당과 노동조합 같이 꼭 정파적이지만은 않은 정당과 노동조합을 통해 사회적 정체성이 형성되는 것을 막는다.

여기서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클라이즈 맨스(2018)는 정보의 흐름에는 세 가지 단계의 네트워크가 있다고 말한다.

  1. 첫째, 강력한 기업과 정치 세력이 만든 정보를 전달하는 매스미디어 기업을 통해 소통의 흐름을 독점으로 통제하는 ‘사령부’가 존재한다.

  2. 둘째, 개인적인 선호도나 취향, 그리고 지리적으로 나눠지는 여러 그룹의 네트워크로 정보가 공급된다. 이러한 ‘이해관계 그룹’은 행동을 추적해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형성된다. 맨스는 바로 이 단계에서 로봇(또는 봇)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소비자 이용도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는 자료를 전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3. 셋째, 대기업이 만들고 ‘이해관계 그룹’을 통해 유통된 정보가 개인에게 전파된다. 이러한 정보는 개인의 이해와 요구에 맞춰 전달되어 개인이 이 정보를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왓츠앱,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퍼트릴 동기를 부여한다. 개인이 전파하는 정보의 경우 신뢰성이 높은데, 이는 수신인이 해당 정보의 발신인을 알고 믿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바이러스가 시스템을 감염시키는 것처럼 작동해 맞서 싸우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하나의 감염원(여기서는 한 사람)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시스템 작동에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페페 에스코바르(2016)가 기술했듯이 브라질에서 무관심하던 중산층을 일깨우는데 필수적이었던 것은 앞서 설명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정보 흐름이었다. 소셜 미디어는 소규모로 이루어진 청년 그룹을 움직이기 위해 사용된 메커니즘이었다. 그리고 청년은 불만을 조장하고 국내 주요 기관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창이 되었다. 바로 이 과정을 통해서 지우마 호세프, 룰라 이나시오 다 실바 전 대통령이 브라질에서 가장 부패한 정치인이라는 이야기가 생산 및 전파되었다. 우파 세력 내에서 만연한 부패는 쏙 빠진 채 말이다. 이 과정은 2018년 6월에 게재한 트라이컨티넨탈의 5호 도씨에 룰라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해당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2018년 대선 기간 동안 광범위하게 사용된 가짜 뉴스가 브라질 정치 지형의 특성을 형성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언론 전쟁은 극심한 수준에 달했다. 다양한 언론 기관이 베네수엘라의 상황에 대해 우파 관점에서의 상식을 만들어내는데 관여한다. 기존의 (지면, 라디오, 텔레비전) 언론 대기업은 항상 부유한 베네수엘라 엘리트 계층의 손아귀에 있었으며, 그들의 관점을 대변해왔다. 엘리트 계층은 전통적인 언론 지배력을 인터넷으로까지 확장했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활용해 사상전(2019년 2월 13호 도씨에, 신(新) 지식인에서 상세히 설명한 개념)을 지배할 수 있었다. 소셜 미디어와 인공지능을 사용해 우파는 자신의 세력을 모으고, 누가 우파인지를 확인하며, 일부 인구의 감정과 욕구를 형성할 수 있었다. 우파는 이러한 심리전으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전복되어야 한다는 관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비슷하게 진행되는 작전에서 그러는 것처럼.

가짜 뉴스가 뉴스로 여겨진다. 야당 활동가의 죽음에 대한 거짓 보도, 틀린 경제 자료, 소규모 집회의 참가자 수에 대한 과장, 고문에 대한 거짓 보도가 거대 언론 기업이 꾸며내는 거짓 정보의 핵심이 되고, 소셜 미디어와 사적 대화가 이루어지는 매체에서 왜곡된다. 노동자 계급과 무토지 빈민 계급보다는 중산층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비율이 더 높기 때문에, 바로 이 매체를 통해서 잘못된 이야기가 전파된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가짜 뉴스는 ‘진짜’가 된다. 그리고 가짜 뉴스는 다시 보도 언론이 기사를 작성할 때 정보로 활용된다. 노동자 계급과 무토지 빈민 계급은 이러한 정보 전파 채널을 가짜 뉴스에 맞서 싸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않다. 

비교적 계급이 분리되어 있는 영역인 소셜 미디어에서 부유한 사람들과 중산 계급은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말한다. 우파의 의견에 기초한 내부에서의 문화 전쟁은 ‘국제’ 언론을 통해서 국제 여론을 형성한다.

개입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지 않고는 한 국가에 군사적 개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알맞은 조건, 특히 군사적 개입이 아니면 대안이 거의 없어 보인다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져야 한다. 상품 부족을 유발하는 경제 봉쇄와 대상 국가를 둘러싸고 군사 저지선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심리전과 통신전에도 필요하다. 국제 여론이 대상국 정부를 범죄 기관으로 보이게 하면 전쟁은 수용할 수 있는 것, 심지어는 필요한 것이 될 것이다.

소셜 미디어라는 반향실 밖에서 보는 베네수엘라의 현실은 상당히 다르다. 국제 언론은 볼리바리안 정부를 고립된 정부로, 야당은 민중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그린다. 국제 언론, 즉 대개의 기업 언론은 베네수엘라 우파와 제국주의 세력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말이 안 된다. 야당이 정부를 전복시키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지도 못하고, 전국에서 발생하는 친정부 집회는 무시하고 훨씬 작은 규모로 벌어지는 야당 집회는 과장하기 때문이다.

국제적 포위 공격과 군사 개입 위협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와 관련해서 ‘모든 선택지가 준비되어 있다’라고 거듭 말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군사적으로 개입할 의향이 있다는 뜻이다. 5월 초,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는 미 남부사령부에 침투 계획을 시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심각한 상황임이 분명하다.

먼로 독트린(1823) 선포부터 멕시코 전쟁(1846-1848)까지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긴 역사를 감안하면, 특히나 심각한 상황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침략을 받지 않은 국가는 거의 없다. 쿠바, 파나마, 니카라과, 도미니카공화국, 아이티, 온두라스, 과테말라, 그라나다에 이르기까지, 미국 침략을 받은 국가의 목록은 길 뿐만 아니라 이 중 일부는 한번 이상 침략을 당했다. (수아레즈 살라자르, 2006) 하지만 미국은 지금까지 남아메리카 국가 중 어디에서도 직접 미군을 투입해 침략한 적은 없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한다면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이 직접 군사 공격을 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국내 사건에 영향을 미치고, 미국 외교전의 일환으로 군사 개입 위협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업 언론은 거의 전례 없는 사회 심리적인 작전을 수립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콜롬비아 카우카주 아르헬리아, 엘 망고 빌리지 (사진: 마르차 파트리오티카(애국행진))

콜롬비아 카우카주 아르헬리아, 엘 망고 빌리지 (사진: 마르차 파트리오티카(애국행진))

일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는 국회의장인 후안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극우 정부가 이끄는 콜롬비아, 칠레, 브라질,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부를 상대로 영구적인 ‘외교적 포위 공격’을 추진했고, 이는 베네수엘라 외교 공관에 대한 직접 공격의 형태로도 나타났다. 미국은 볼리바리안 정부에 맞서는 지역적, 국제적 블록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은 국제무대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한 포위 공격에 동참하고 있는 국가들조차도 직접적인 군사 행동은 꺼리기 때문이다.

여러 국가가 개입하는 역내 전쟁은 콜롬비아, 가이아나, 브라질과 같은 인접 국가의 참여에 전쟁 개시 여부가 달려 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문제가 있다. 브라질 지배 계급과 군은 그러한 갈등에 개입하는 것을 꺼린다. 군사적 개입은 그 결과를 확신할 수 없기에 자신들에게 상당한 이득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쟁의 수혜자는 브라질 부르주아가 아니라 미국과 국제 자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 없이는 군사적 선택지의 가능성이 약화된다. 인도양의 미 남부사령부 제4함대뿐만 아니라 콜롬비아와 가이아나의 참전으로 두 개의 전선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또 다른 경우는 콜롬비아가 베네수엘라를 침략하도록 미국이 독려하는 것이다. 이 안에 대해서는 콜롬비아 정부의 지지를 확보했지만, 실행할 준비가 되어있지는 않다. 콜롬비아 군대는 게릴라와 비재래식 전쟁을 수행할 능력은 갖추었지만, 고도의 훈련을 받고 준비된 정규군과의 전면전에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콜롬비아 군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순하게 미국의 최종 공격용 배치 플랫폼으로만 기능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과 콜롬비아의 합동 군사 훈련을 비롯해 콜롬비아 군사령부와 미 남부사령부 장성들 간의 회의가 진행되었다.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전쟁으로 인한 결과가 갖는 위험을 분담하는 데 베네수엘라의 인접국가가 어떠한 역할을 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베네수엘라를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군을 동원하는데 드는 물류비, 군대 유지비, 전쟁 비용은 물론이고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까지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게다가 전쟁으로 이 지역이 짊어져야 할 정치적 비용은 계산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 비용 또한 어마어마할 것이다.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개입하는 방식에는 역내 강대국이 주도하거나 초국가적인 민간 청부업자에 자금을 지원해 수행하는 비밀 작전과 간접적으로 세력을 활용하는 것 등이 있다. 5월 초, 로이터는 아카데미라는 용병기업이 베네수엘라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천 명의 라틴아메리카 군인을 모집할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미국 용병기업 블랙워터가 전신이었던 아카데미는 특히 미국이 벌인 이라크전에서 잔인한 짓을 많이 자행했다. 5월 말, 콜롬비아의 준군사조직이 폭력과 불안정을 조장하려 했다는 혐의로 베네수엘라에서 체포되었다. 이 같은 비밀 작전은 지난 10년간 계속되고 있다.

분명히, 베네수엘라 정부는 우고 차베스 정권이 시작된 이래로 직접적인 군사 개입의 가능성에 대비해왔다. 민-군 일치라는 개념은 ‘총체적 방어’라는 개념과 혁명적 저항의 전술적 방법 정책으로 발전되었다.  군의 전체 구조와 투쟁 형태는 볼리바리안 혁명의 사회적 지지에 기반해 재편되었다. (네그론 발레라, 2018) 꼬뮨으로 대표되는 민중 권력 기구는 베네수엘라 영토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저항의 핵심 수단이 될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서 민중 권력의 건설은 볼리바리안 혁명 과정을 지키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의 영향을 받는다.

현재와 미래의 딜레마

베네수엘라에 가해지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공격은 지난 몇 개월 사이에 더욱 격렬해졌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경제 및 금융에서의 숨통 조이기, 경제적 불안정화, 언론과 외교적 봉쇄, 암살을 포함한 국내 폭력 조장, 필수 서비스(전력망 포함)에 대한 공격으로 혼란 조성, 제도적 분열 또는 쿠데타 압력, 마지막으로 외부의 군사적 개입 위협을 포함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러한 과정들을 살펴보았다. 또한 하이브리드 전쟁 전략이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국가, 특히 콜롬비아와 아이티에서 어떻게 가동되고 있는지도 살펴보았다. 하이브리드 전쟁의 양상은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제국주의 공격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지역의 천연자원을 전용하려는 계획과 함께 재식민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베네수엘라는 이러한 공격의 중심에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핑크 타이드라고 알려진 진보 정부의 물결을 자극했던 볼리바리안 혁명 경험이 여전히 살아있는 곳이 베네수엘라이다. 이 혁명 경험이 제국주의 블록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은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나 아마존 지역의 장악만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미국 헤게모니의 정당성을 위협하는 대안 정치적 활동을 억압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베네수엘라가 자국민 대다수에게 이로운 주권 국가를 세우고, 자본주의 세계에서 사회주의 요새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노동력 착취부터 의료, 안보, 전반적인 행복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파괴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가 세계 대다수의 인구를 상대로 벌이는 일상적인 도둑질을 합리화하기 위해 제시한 이야기 전체에 타격을 가할 것이다.

1930년대 페루의 시인 세사르 바예호는 끔찍했던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당시에 스페인을 위한 시를 썼다. 바예호는 성경에서 예수가 사도들에게 현대에 와서는 예수의 피라고 해석되는 포도주가 든 성배를 받으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을 재가공했다. 바예호는 ‘스페인이여! 나에게서 이 잔을 거두어다오’라고 노래했다. 이 시에서 그는 쓰러져서는 안 되는 스페인을 도와줄 것을 (전 세계의) 아이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의 베네수엘라가 바로 1930년대의 스페인이다. 라틴아메리카는 전쟁의 북소리를 거부해야 한다.

이 글을 마치는 지금,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소위 국제지원협의회라고 불리는 협의체와 대화를 하고 있다. 마두로 정권은 노르웨이 정부가 중재하는 야당과의 대화에도 참여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심지어 조기 총선을 할 의향도 있다. 미정부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상용 및 여객 비행을 금지하며 경제 봉쇄를 강화했고, (미국 경찰이 워싱턴 DC에 있는 베네수엘라 대사관에 들어가 과이도 지지자에 대사관을 넘겨주었을 때) 비엔나 협약을 위반했다. 이 갈등의 양쪽 세력 중 한 편은 대화의 의지가 있지만, 다른 편은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려 한다. 평화, 정의, 해방이라는 가치를 가진 편이라면 이러한 갈등에 직면할 때 무관심하거나 수동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2019년 2월 24일 베네수엘라 (사진: 라파엘 스테질리)

2019년 2월 24일 베네수엘라 (사진: 라파엘 스테질리)

저자와 감사의 말

이번 도씨에는 트라이컨티넨탈:사회연구소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상파울루 지부가 공동으로 집필했습니다. 두 지부의 연구원들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 사회과학부 중남미·카리브해학 연구소 콜롬비아 크리티컬 싱킹 그룹, 라우따로 리바라(아이티 사회학자이자 데살린 여단의 활동가), 아나 말도나도(사회학자이자 미란다의 프렌테 프란치스코의 활동가)와 협업했습니다. 함께 작업한 연구원과 인용된 문헌의 원작자께 감사를 표합니다.